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아주 작은 사람들(요원들 : agent)이다.
인간의 마음은 뇌에서 발생하고, 뇌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단위인 뉴런은 단순한 진핵 생물에서 진화했으며, 우리의 마음과 의식은 그들의 군집체일 뿐이다.
뉴런들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신경전달물질을 보급받기 위해), 마치 정치인들이 정당을 만들어 유지하듯이 신경망을 구성하고 생명력을 가진다. - 대니얼 데넷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조성모 <가시나무>
"내 안의 나 나를 보고 속삭여.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용기를 내 넌 할 수 있어" - 코요테 <우리의 꿈>
우리 안의 '우리들': 나는 오롯이 나 개인인게 맞을까?
어제 저녁, 평소처럼 맥주를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맥주를 먹고 싶어 하는 '나'와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하는 '나', 이 둘은 정말 같은 사람일까요?
머릿속의 작은 국회의원들
본 책의 마지막 파트의 저자인 대니얼 데넷은 우리의 마음이 수많은 작은 '요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마치 국회에서 여러 의견이 부딪치다가 다수결로 하나의 법안이 통과되듯이, 우리의 결정도 그렇게 이뤄진다는 거죠.
저자는 자신의 이러한 가정들 중 20퍼센트만이 맞는다고 하여도, 성공적인 편이라 말하고 설령 모든 것이 틀렸다고 하여도 이러한 발상을 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시험 기간에 넷플릭스를 볼까 말까 고민할 때, 우리 머릿속에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 "그냥 한 편만 보자!" 하는 목소리
- "안 돼, 내일 시험이잖아!" 하는 다른 목소리
- "30분만 보고 공부하면 되잖아~" 하는 타협안을 내는 목소리
결국 어떤 의견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결정되죠.
재미있는 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내 의지'라고 느낀다는 거예요.
또, 정치인들이 종종 사회 전체에 해가 되더라도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행동하듯, 우리 뇌 속의 뉴런들도 자신들의 생존(신경전달물질 획득)을 위해 때로는 우리 몸에 해로운 결정을 내릴때가 많습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거나 시험공부 대신 넷플릭스를 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정말 '나'일까?
저자의 의견처럼 만약 나라는 존재가 순수하게 '나'하나 만으로 일원화 된 존재가 아니라 매 시각 생존을 위한 수많은 뉴런들의 투쟁과 담합의 결과로 나온 하나의 의견이 하나의 나 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지는 것이라면, '나'라는 개인은 사실 벌과 같은 군집 생명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개인에게 있어 '나'의 '자유 의지'라는 것은 어쩌면, 단순한 허상일지도요.
생명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생명체란 무엇일까요.
꼭, 유기 조직으로 연결된 '하나의 개체'만이 생명체일까요?
벌들은 인간보다 더 조직화된 사회를 이루고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시각으로 미루어 봤을 때, 개개인 일벌들은 개인이 아니며 벌 군집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세상은 결국 전자와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의 유기체 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은 미시적 시각에선 동떨어진 여러 요소 들의 소통으로 이루어진 결과물 입니다.
우리 인류도 봉화를 피우든, 크게 외쳐 목소리를 전달하든, 소곤거리든, 카카오톡을 사용하든 서로 상호 작용 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 하나 하나가 뉴런이고 인류 전체가 어떤 거대한 자아를 이루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우리는 평생 '그'를 인지 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가 뉴런 개별 개체(진핵 생물 한 개체)의 생각을 읽을 수 없듯이 '그'도 우리 개개인을 인지하지는 못할테지만요.
하나 확실한 것은 모든 생명체는 "유전 정보"를 후대에 전달하며 사후에도 "생존"해 갈 것을 목표로 하는 존재라는 것 입니다.
여기서 우리 인간 만이 가지는 특별하고 재미있는 점이 나타납니다.
인류의 특별한 점: 영원히 살아남는 법
여러분은 왜 유튜버들이 그렇게 조회수에 집착하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SNS에 일상을 기록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앞서 언급 했듯, 생명체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을 통해 사후에도 '생존'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더 나아갔어요.
- 아인슈타인은 자녀보다 더 많은 '제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 BTS의 영향력은 그들의 DNA보다 훨씬 더 멀리 퍼져나가고 있어요.
- "유전적"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남긴 인물 중 하나로 평가 되는 '칭키즈 칸' 보다 '예수'가 사상과 종교라는 "문화적" 정보를 훨씬 더 많이 남겼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정보 전달"을 통한 '생존'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이 필요했습니다.
유전적 정보로 얽인 관계를 넘어선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고, 문화적 정보가 이들 사이에서 후대로 '생존'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의 '사피엔스' 리뷰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우리를 이루고있는 진핵 생물(뉴런)들이 자신들의 사후에도 정보를 후대로 계속 전달하기 위해, 어느날 '보이지 않는 것을 믿기로 합의'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처럼, 우리 인류는 유전자라는 매체 외의 다른 방식으로 후대에 자신의 정보를 남기는 방법을 터득한 최초의 생명체이며, 유전 정보 전달 방식과 문화 정보 전달 방식을 모두 사용하는 과도기적 생명체로 보여집니다.
마치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웃긴 영상을 보다가 키득거리면, 저도 모르게 따라 웃은 적 있나요?
한 사람이 하품을 하면 주변 사람들도 따라 하품을 하고, 누군가 하늘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하늘을 보게 되죠.
어쩌면 우리는 그저 거대한 무언가의 작은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우리 몸의 작은 세포들이 자신이 '우리'의 일부라는 걸 모르는 것처럼요.
오늘 밤, 여러분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회의가 열리나요?
맥주를 사올까 말까 고민하는 저처럼, 여러분의 뉴런들도 열심히 회의중일지도 모르겠네요.
생명체가 정보를 남기려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인류는 왜 다른 종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남기려 문화적 정보를 전달 할 수 있도록 진화했을까요?
이런 질문들을 고민하다 보면, 역설적으로 제 "삶의 의미"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어 주신 여러분 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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