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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Road to 개발자

개발자가 되고 싶다.

by 시니성 2023. 8. 2.

약 3년 반 에서 4년간의 트레이너 생활을 마치고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졸, 비전공자, 서른 다섯의 늦은 나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6개월의 부트캠프 과정을 거친 후 본격적인 취업시장에 뛰어든 지금, 하필이면 경제 상황마저 최악이다.

여기저기 곳곳에서는 생성형 AI가 개발자 및 다른 직업군들을 대체할 것 이라는 이야기가 많이나온다.

뉴스에서는 개발업계 거품이 붕괴하면서, 개발자 처우 악화와 IT 빅테크들의 구조조정, 정리해고 얘기가 계속해서 보도된다.

200개의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해 보고 난 후에서야 내가 처한 상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말 나는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그래도 'Yes'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여, 지금부터 신입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하루하루 담담히 기록하는 것으로 포기없이 도전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처음 개발자가 되기로 한 이유는 트레이너 생활 중 트레이닝의 인력 시장 구조가 비 상식적이라고 느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애초에는 입문 서적이나 유튜브 등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보려고 했다.

하지만 구구단을 찍는 것이라면 모를까,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다.

어차피 코로나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수업을 정리하고 Naver Cloud Camp 개발자 양성 과정을 등록했다.

 

생각보다 코딩은 더 적성에 잘 맞았다.

트레이너로 재직할 당시 코로나 외에 내 마음을 많이 꺾었던 것들 중 하나는, 내가 학습한 내용을 제대로 적용해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먼저 나에게는 공부한 것들을 트레이닝시 적용해 볼 수 있는 회원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또, 유명 트레이너가 아닌 이상, 트레이너는 생각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적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보다 체형의 교정이나 신체 기능의 복구가 먼저인 회원이라 할 지라도 회원이 다이어트를 원할 경우 이를 돌리기가 쉽지않다.

트레이너가 주에 3회 이상 운동을 나와주길 원해도, 사회생활이 더 중요하신 회원님들 입장을 생각하면 이 역시도 강요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트레이너가 지식을 쌓아도 이를 적용하고, 그 지식들이 결과로 연결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개발은 달랐다. 내가 공부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결과가 잘못되었다면 그 결과는 컴퓨터 탓이나 환경에 의해 잘못 산출된 것이 아닌, 내 지식 부족과 지식의 운용 부족으로 산출된 결과 였다.

이 명확한 인과관계가 학습의 과정을 즐겁게했다.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씩 코딩을 하면서 늘 즐겁기만 하고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는 필시 거짓이리라.

그래도 과정에서의 성취감이 부정적 감정들을 압도했음을 확신할 수 있다.

 

그렇게 코딩에 전념한 결과 기수 대표로 간단한 인터뷰도 해보고, 수료식에서 수상도 할 수 있었지만, 35살 고졸 비전공자에게 취업시장은 정말 너무나도 차디찬 곳이었다.

 

다시한번 나는 과연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여전히 내 대답은 'Yes'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반대급부 만큼 더 열심히 채워나갈 자신이 있다.

한달 뒤, 어엿한 신입개발자가 되어 6개월의 과정동안 열정을 다해 가르침을 주신 우리 영진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

 

그 과정들을 지금부터 기록하려 한다.